[다시 간다]인삼 7년농사 망친 물난리…새싹 솟을까?

2021-03-09 13



인삼은 제대로 재배하려면 4~6년이 걸립니다.

그래서 작년 폭우에 잠겨 버린 인삼의 고장 충남 금산의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.

인근 댐에서 물이 한꺼번에 방류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, 수자원공사는 갑자기 너무 많은 비가 내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
입장입니다.

재발 방지 대책은 나왔는지 우현기 기자가 다시 가봤습니다.

[리포트]
"지난해 여름, 일대 인삼밭이 침수됐던 충남 금산의 한 마을입니다.

용담댐 물이 갑자기 방류된 것이 원인이라며,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나붙은 상태인데요.

수해 7개월이 지난 지금, 주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?"

다시 인삼을 심기 위해선 가림막부터 철거해야 하지만,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.

[정병현 / 충남 금산군]
"다 뜯어내서 하기엔 일이 너무 많고 연로하셔서 하기도 힘들고…"

토양 관리만 2년, 인삼재배에 적어도 4~6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.

일부 썩지 않은 뿌리에서 싹이 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.

[정병현 / 충남 금산군]
"튼튼한 건 살아날 수도 있고… 제 기능을 할지도 모르겠고 답답한 심정입니다."

수백 그루의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는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.

3년 넘게 공들여 키운 나무들을 쉽게 내다버릴 수도 없습니다.

[이상택 / 충북 옥천군]
"피해 조사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증거 찾으니까 처분 못하고 있는 거죠. 대부분 대출받아 농사짓는데 수해로 수익이 없으니까…

이 지역이 물에 잠긴건 지난해 8월 8일.

갑작스럽게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자, 인근 용담댐에서 초당 3천 톤 가까운 물을 방류하면서

충남 금산과 충북 옥천 등 4개 지역이 물에 잠긴 겁니다.

수문을 열기 3시간 전에 주민들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, 당시엔 그런 규정이 지켜지지 못했습니다.

[이수진 / 더불어민주당 의원(지난해 10월 국정감사)]
"방류해 놓고 1분 있다가 문자메시지 보낸거에요"

논란이 일자 정부는 방류 통보를, 기존 '3시간 전'에서 '하루 전'에 하는 것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.

[박영기 / 전북대 교수]
"하루 앞당겨서 발표한다는 전제는 기상예보가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는거 아니예요? 전달은 빨리해서 좋을지 모르지만 불확실성은 내포돼 있다…"

또 전문가, 피해지역 주민대표, 용역업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구성했습니다.

방류량 조절 논란을 빚은 용담댐, 섬진강댐, 합천댐 3개 권역의 시스템 개선을 위해섭니다.

취재진은 협의체 회의 현장에 가봤습니다.

[황규남 / 순창 전문가]
"거기는 조금만 비가 와도 범람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것까지 따지다 보면 중심을 놓쳐 버리게 된다 말이에요."

[박효서 / 자문위원]
"그런 태도로 말씀하시면 안되고 지역 주민들 위로하고 해야지…"

피해 규모 파악 등 민감한 사안이 놓여 있어서, 원인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.

[전일권 / 광양·순천 전문가]
"전혀 자료 안 준 상태에서 PPT만 보고 당장 뭐가 잘됐네 안됐네…"

"정부의 수해 원인 조사는 오는 6월 전 발표될 예정인데요.

수해민들은 배상 뿐만 아니라, 갑작스런 댐 방류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, 올 여름엔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.

'다시간다' 우현기입니다."

whk@donga.com
PD : 윤순용
작가 : 김예솔 
그래픽 : 임솔 · 김승훈· 박진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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